# [독후감]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을 읽고 (2회차) *Published: 2026-02-08 06:18:42.609Z* *Category: Personal* >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 소설을 두번 읽고 난 뒤,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총 세번의 독서 후 순차적으로 독후감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 ## 첫번째 독후감을 쓴 이후  자몽살구클럽 앨범을 약 8번 정도 들은 것 같습니다. 소하의 이야기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하도록 무겁고, 소설과 앨범 사이속을 해매도 답을 찾기 힘든 이야기를 썼는지 찾고 싶었습니다. 저로서는 항상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라 라는 따듯한 이야기를 설파하던 한로로가 이렇게 잔인한 이야기를 쓴 이유에 대해서 찾고 싶었고,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한로로가 이 이야기를 작성하면서 독자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이 스토리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독후감은 나름 저로서 내린 갈구하던 해답을 구하고 나서 작성하는 두번째 독후감입니다. 아무래도 세번째 독후감을 쓰기까지는 정말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얻은 해답조차, 새로운 질문을 자아내고, 이 질문은 제가 해답을 찾거나 만드는데 정말 오래긴 시간이 들 것 같기 때문이죠 :)  ##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자몽살구클럽 앨범은 <내일에서 온 티켓> (영제: Welcome!) 에서 시작됩니다. 소설에서도, 앨범에서도 자몽살구클럽의 "구원자"라는 입지는 또렷합니다. <내일에서 온 티켓> 에서 자몽살구클럽은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나의 구원자" 라고 묘사됩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빠에게는 상습적으로 폭행당하며, 학교에서는 그림자처럼 지내는 소하에게는 당연한 입지입니다. 죽고 싶은 소하에게 정말 적절한 인사를 던집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함께합시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소하에게, 처음으로 세상에게서 던져져 오는 따듯한 인사이자 환영이니까요.  자몽살구클럽은 실제로 며칠간은 소하에게 구원자였습니다. 이보현, 그리고 하태수의 유예기간까지는 말이죠. 바다도 같이 놀러가고, 처음으로 눈을 가리던 머리를 잘라주고, 작은 부분이지만 머리 염색도 같이 하며 처음으로 일탈이자 소속감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서로 같이 날개가 부러진 구원자들끼리 서로의 울타리를 고쳐주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태수는 정말이지 가장 큰 수호천사의 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모든 행동의 선봉에는 태수가 서있었습니다. 바다를 가는 택시비도, 미용실에서 나온 비용도 전부 부담하며, 실제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톡톡한 리더의 역할을 선보입니다.  그런 태수의 자살 이후, 자몽살구클럽의 울타리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활동은 커녕, 모이기조차 어려웠습니다. 태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남아있는 최연장자였던 나유민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울타리를 고치던 수호천사가 사라진 자몽살구클럽 멤버들은 울타리가 무너진 광활한 평야에서 길을 잃은 양떼들과도 같았습니다. 태수의 납골당을 찾아가는 그날, <도망> (영제: Can I be Me?) 에서 말하는 소하의 "끝없는 추락"은 시작되었습니다.  태수의 납골당에서, 자몽살구클럽 멤버들은 같이 술을 마시기로 약속합니다. 소하는 이때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아빠의 냉장고에서 소주를 훔치고, 아빠의 아줌마한테 독설을 퍼붓습니다. 카타르시스를 주는 소하의 첫 반항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후에도 그렇습니다. 태수의 납골당에서 술을 마시고, 클럽 멤버들끼리 대화를 하는 모습은 자몽살구클럽 멤버들이 다시 뭉쳐, 리더가 없이도 울타리를 재건할 수 있겠다는 한순간의 믿음을 주었습니다.  아뿔싸. 소하는 갈 곳이 없습니다. 결국 아빠가 있는 지옥으로 돌아가게 되고, 아빠에게 형용할 수도 없는 폭행을 맞이하게 됩니다. 학교에 부르튼 뺨으로 나타난 태수와는 비슷하고도 다른 상황에서, 소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그리고 태수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맙니다. 태수는 어머니에게 폭행을 당한 그날, 자신을 죽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소하는 식칼로 잔혹하게 아버지를 살해하고, 애절하고 안타깝게 "아무나 알려주세요 제발요 저를 살려주세요" 라며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빌며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 나는 나로 살 수 있을까?  <도망> 의 영제입니다. <도망>과 <나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은 모두 소하에게 부합하는 문장입니다. 다만, 이 노래가 소하의 입장에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며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지, 아니면 한로로가 자몽살구클럽을 바라보며 말하는 내용인지는 아직까지도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답을 찾아야만 했기에, 가사를 보며 해석하기로 하였습니다.  "가면 쓴 천사의 속삭임 내게는 한번도 닿은 적 없으니" 라는 가사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왜 가면일까요? 가면은 보통 얼굴이나 특정한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착용합니다. <내일에서 온 티켓> 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옵니다.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나의 구원자" 와 "꿈틀대는 날개부터 다친 맘을 고쳐낼꺼야." 자몽살구클럽의 리더격이자 다른 사람들의 울타리를 고쳐주던 하태수. 여기에서 말하는 구원자는 자몽살구클럽을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속에서 계속하며 묘사된 "태양같은" 존재인 하태수를 의미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태수는 자살 후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정말 아끼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 센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거. 너희 앞에서만큼은 나약한 인간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 죽음을 막아 주고 살 이유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뛰는, 그런 멋있는 언니이자 친구가 되고 싶었어." 태수는 본인의 아픔을 죽고 나서야 고백합니다. 자몽살구클럽 부원들에게는 마음의 아픔을 숨긴, 가면 쓴 천사 역할을 톡톡히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 가면 쓴 천사는 결국 가면 안의 아픔과 고름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떠나버립니다. 그녀는 소하의 20일 간의 유예시간까지 기다려주지 못했고, 결국 그녀의 "삶" 에 대한 속삭임은 소하에게 한번도 닿지 못했습니다.  소하는 유예기간이 시작된 날부터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경기도에 살면서도 집 근처까지 와서 목욕을 하는 엄마의 존재를 확인받았고, 경기도로 직접 찾아갔을때는 어린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재혼해 가정을 꾸려나가는 엄마를 확인했죠. 결국 소하가 마지막으로 찾고 싶었던 안식처까지 무너졌으며, 이후 아빠의 폭력으로 사망 직전까지 이르게 됩니다. 참지 못하고 생존을 택했다는 명분으로, 아빠를 식칼로 살해하며 소하는 그저 불쌍한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살인자로 전락하는, 사회적 추락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노래에서 소하는 물어봅니다. "끝없는 추락은 아프지 않단 걸 그녀도 알까요?" 어쩌면 태수에게 반어법으로 물어보는 것일지도 모르죠. 나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아파, 너는 어땠어? 라면서요.  소하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내가 아빠의 가슴 정중앙에 식칼을 쑤셔 박은 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살구 싶다 실구 싶나 누가 좀 알려 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어쩔 수 없었어요 살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라면서요. 사실 소하에게 잃을 것은 더 있었던 것이죠. 버텼으면 왔을 수도 있는 평범한 아침, 평범한 삶, 그리고 자몽살구클럽 부원들과 울타리를 재건할 기회까지. 곡에서 "세계의 정답을 해석할 수 없는 나는 어디로, 어디로, 어디로" 라며 소리칩니다. 그녀는 이제 정말 모르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해야되는 것, 생존을 위해 택했던 행위의 옳고 그름과,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자몽살구클럽 부원들의 보살핌까지 전부다 불투명해졌습니다. 여기서 한로로는 질문을 던집니다. 형태조차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던집니다. 다만 질문의 방향성까지는 정해줍니다. 소하는 지금까지 밖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몽살구클럽에서 구원을 얻고자 했고, 태수에게서 구원을 얻고자 했고, 엄마한테서 새로운 안식처를 찾으려 했고, 마지막 소설에서도 "누가 좀 알려주세요" 라며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마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것에 아무런 판단과 평가도 하지 않고, 미화도, 여과도 없이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로로의 질문은 "너는 안에서 정답을 찾고 있어, 아니면 바깥에서 정답을 찾고 있어?" 인 것 같습니다. 이 질문마저 한로로스럽습니다. 한로로의 <\_\_에게> 라는 곡의 원제는 <태수에게> 였지만, 그녀는 청취자들이 각자 본인의 태수의 이름을 넣어서 곡을 감상하기 원했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이 질문마저 각 독자의 마음속에 있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는 확신합니다. 한로로가 소하의 이야기를 이토록 잔인하고 적나라하게 작성한 이유를요. 그녀는 우리가 질문을 만들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생각의 장을 만들고 싶었고, 소하의 이야기는 결국 이 생각의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대가였습니다. 소하의 이야기가 이렇게 찝찝하고 기억에 남아야지만, 그 생각의 장은 커지고, 그 질문과 해답을 찾는 것에 대해 많은 시간을 쓰게 될 테니까요. 이 질문과 해답은 어쩌면 여러분들이 이미 마음속에 담고 있는 질문이고, 해답일 수 있습니다. 저의 질문도 그러하였습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어쩌면 외면하고 싶었던 질문이지만 그만큼 필요한 질문이였고, <자몽살구클럽>은 그 질문에 대해 제 시선을 끄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고 평가하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로로는 이 책을 현실의 소하, 보현, 유민과 태수에게 바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까지도 이 책을 현실의 자몽살구클럽 부원들에게는 추천하기 힘듭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나도 무겁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생각을 많이 해야만 본인만의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에 도달할 수 있고, 현실의 소하, 보현, 유민과 태수에게는 그럴 만한 힘과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어쩌면 이 책에서 태수와 제일 부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치동에서 자란 전형적인 아이였고, 높은 기대치를 가진 부모님과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의 처벌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어중간한 성공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그 높은 기대치를 바라볼 때마다 느끼던 절망감과 아픔은 아직도 형용할 수 없습니다.  3년 전, 꽤나 좋은 대학교를 갔음에도 불구하고도 부모님이 저를 바라보던 시선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 시절부터 저의 아픔은 겉잡을 수 없이 깊어졌고, 유학을 하러 떠났을 때도 그 시선은 저를 계속 따라다녀 제 마음을 질근질근 밟았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며 나아진 저이지만, 태수의 결말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현실의 소하, 보현, 유민과 태수에게 추천했을 때 일어날 일들이 두렵습니다.  이 책은 오히려 그 상황에서 벗어난 소하, 보현, 유민과 태수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아픔을 회상하고, 그 아픔을 보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멀리서나마 그 아픔을 바라보고 생각을 하며, 각자만의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에서 많은 사람들은 "찝찝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라며 평가합니다. 이 평가들에 저는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소설과 앨범을 여러 번 읽기까지는 동일하게 생각했으며, 이 결론에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 집필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도 넓은 오픈엔딩에 저 또한 당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로로가 만약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한다면 구매할 의향을 만들어 준 책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소설이 나올지 기대하며, 새로 나오는 책은 이렇게까지 많은 선택을 독자에게 던지지 않기를 기대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외칩니다: "살구 싶다! 살구 싶다! 살구 싶다!"